국내 트레킹

북한산 백운대 | 저질체력 부부 실측 왕복 5시간 (주차·화장실·코스 정보)

저부부 2026. 6. 12. 11:53
🥾 한눈에 보기
코스 : 백운탐방지원센터 주차장 → 하루재 → 백운산장 → 백운대(836m) 왕복
난이도 : 저질체력 기준 상급 (막바지 네발 필수 구간 있음)
포인트 : 스핑크스바위·오리바위 등 바위 구경, 백운산장, 그리고 16시간 무수면 등산러와의 만남
시그니처 : 오늘도 쓰레기 점검 — 스타벅스 컵커피를 주웠고, 담배꽁초도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둘이 느릿느릿 걷는 저질체력 부부예요.

이번 EP.06은 북한산 정상, 백운대(836m)예요. 사실 두 번째 방문이에요(1차는 EP.04에서). 또 간 이유는 단순해요. 집에서 가깝고, 더 높은 산에 가기 위한 연습으로 이만한 산이 없고, 무엇보다 북한산은 아름답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에도 살아서 내려왔고요, 살아 내려온 것치고는 수확이 아주 많았습니다. 스핑크스바위가 북한산에 진짜 있다는 것도 확인했고, 잠을 16시간 안 잔 등산러도 만났거든요.

시작 5분 만에 숨이 찼습니다

출발은 백운탐방지원센터 주차장이에요. 도선사 바로 옆이라 도선사 주차장으로 헷갈리기 쉬운데, 등산객용 주차장은 백운탐방지원센터 주차장이에요. 차로 해발 300m까지 올라갈 수 있어서 "오, 오늘은 좀 수월하겠는데?" 했는데요. 네, 그 생각은 들머리에서 5분 만에 부서졌습니다. 백운대까지 2.1km라는 이정표를 보자마자 숨이 차기 시작했어요. 차로 300m까지 와놓고도 이러는 게 저질체력 부부의 정체성이죠.

초반 깔딱 구간에서는 고도 100m를 올리는 데 30분이 걸렸어요. 거리 말고 높이 100m요. 고도계를 보면서 "죽을 것 같은데?"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 가지 희망적인 변화가 있었는데, 확실히 자주 오니까 예전보다는 덜 힘들다는 거예요. 연습하니까 되긴 되더라고요. 저질체력도 성장은 합니다. 느리게요.

등산로에서 만난 스타벅스

그리고 초반에 황당한 걸 발견했어요. 등산로 아래쪽에 스타벅스 플라스틱 컵커피(빨대 꽂아서 먹는 그거요)가 버려져 있더라고요. 등산로에서 좀 떨어진 위치라 "내려갔다 올까?" "위험하지 않을까?" 한참 고민했는데, 쓰레기가 너무 크기도 하고 그냥 지나치자니 마음에 걸려서 결국 조심조심 주웠습니다. 산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첫 수확(?)부터 컵커피라니,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산행이었어요.

하루재, 그리고 산 고양이

한참을 낑낑대고 하루재(해발 440m)에 도착했어요. 여기서 김밥을 먹으면서 쉬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왔어요. 김밥 먹는 저희를 바라보는 눈이 어찌나 애처로운지요. 한 점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김밥에는 소금기가 있잖아요. 고양이한테 염분 있는 음식은 위험하다고 해서 고민 끝에 결국 못 줬어요. 미안해, 고양아. 산에서 만나는 고양이들, 귀엽다고 사람 음식 주시면 안 돼요.

하루재를 넘으면 의외의 선물이 기다려요. 산악구조대 사무실(인수암) 인근까지 내리막이라 여기서 체력을 보충할 수 있거든요. 깔딱에 시달린 다리에게 주는 보상 같은 구간이에요. 그리고 인수암 앞이 인수봉을 보는 최고의 명당이에요. 운이 좋으면 인수봉 암벽을 오르는 클라이머들도 보여요. 저희처럼 네발로 기는 것도 벅찬 사람 눈에는 그저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다만 내리막의 행복은 길지 않아요. 하루재와 백운산장 사이에 가파른 계단이 두 군데 있는데, 여기가 이 코스에서 제일 힘든 곳 중 하나예요. 끝이 안 보이는 계단을 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인수암 내리막에서 충전한 체력을 여기서 다 쓴다고 보시면 돼요.

 

백운산장과 수상한 무선충전 패드

하루재를 지나 백운산장(해발 609m)에 닿았어요. 예전에는 매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운영을 안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이곳, 1924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 1호 산장이래요. 100년 가까이 등산객들의 쉼터였다가 국가에 귀속되면서 지금은 안내·휴게 공간과 산악구조대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고 해요. 사람이 없을 때의 백운산장 주변, 진짜 너무 좋았어요. 바위가 나무 사이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풍경이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의외의 발견을 했어요. 무선충전 패드가 설치되어 있는 거예요. 고속 충전이 된다고 적혀 있길래 신나서 휴대폰을 올려봤는데요. 안 됐습니다. 네, 안 돼요. 시도는 좋았습니다 ㅋㅋ 예전에는 됐겠죠, 뭐.

 

16시간 무수면 등산러를 만나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예요. 하루재에서 잠깐 마주쳤던 등산객 분과 위문(백운봉암문)에서 다시 만나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어제 저녁 8시부터 16시간째 산행 중이시라는 거예요. 그 시간 동안 잠을 한숨도 안 주무셨대요. 카페인 음료로 버티면서 밤새 걸으셨다고 해요.

여쭤보니 불암산 → 수락산 → 도봉산 → 북한산을 한 번에 잇는 코스로 산행 중이셨어요. 등산계에서 '불수도북' 종주라고 부르는 유명한 챌린지죠. 입산시간 제한이 없는 불암산·수락산을 밤에 타고, 입산시간이 지정된 도봉산·북한산을 낮에 타는 순서래요. (북한산국립공원은 입산시간 지정제라 야간산행은 과태료 대상이에요. 이분처럼 순서를 짜야 합니다.)

저희는 EP.05에서 불암산 하나에 한나절을 쓴 사람들인데, 그 불암산을 이분은 한밤중에 몸풀기로 지나오신 거예요. 세상은 넓고 대단한 분은 많습니다. 멧돼지는 안 만나셨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부디 무사히 완주하셨기를 바랍니다.

이제부터는 네발로 갑니다

백운산장을 지나 위문(백운봉암문)에 닿으면,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백운대 등반이 시작돼요. 위문 이후로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 네발로 걸어야 합니다. 바위 구간이라 두 손 두 발을 다 써야 해요. 장갑은 필수고, 접지력 좋은 등산화도 꼭 필요해요. 바위에 발 디딜 홈을 파놓은 곳도 있지만 없는 구간도 있어서, 밑창 미끄러운 신발로는 위험합니다.

무섭게 들리지만 다행히 위험 구간에는 쇠난간과 와이어가 쭉 설치되어 있어서, 난간을 잡고 한 걸음씩 가면 됩니다. 장갑이 필수인 이유가 이거예요. 게다가 최근(2024~25년경) 난간이 보강되면서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분리돼서, 예전처럼 외줄 난간에서 마주 보고 비켜야 하는 아찔함은 많이 줄었다고 해요.

중간에 옛날 어른들이 담력체험을 했다는 바위도 있어요. '뜀바위'라고 부른다는데, 바위와 바위 사이가 1.5m 정도 떨어져 있어서 옛날에는 이걸 뛰어넘는 걸로 담력 대결을 했다고 해요. 바람이 어찌나 센지 보기만 해도 아찔했어요. 당연히 저희는 구경만 했습니다. 요즘은 뛰어넘으면 안 돼요. 진짜 죽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산 별명이 괜히 '킬러마운틴'이 아니에요. 836m밖에 안 되는 산인데, 10년간 사망자가 같은 기간 에베레스트보다 많았다는 보도(2014년 기준)가 있을 정도거든요. 저희가 네발로 기어간 게 엄살이 아니었던 거죠. 정상 근처에서는 흐릿하게나마 롯데타워도 보였고요. 인증샷은... 그림자로 대신했습니다.

스핑크스바위는 진짜 있었다 — 북한산 바위 도감

이번 산행이 특별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산에서 우연히 북한산 은둔고수님(이라고 저희가 마음대로 부르기로 한, 박학다식한 등산객 분)을 만나서 바위 이름 강의를 들었거든요. 바위 이름부터 봉우리 유래, 절 가는 길까지 모르시는 게 없었어요. 친절한 설명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날 배운 것들을 정리하면 이래요.

스핑크스바위 — 눈코입이 진짜 있어요. 각도를 맞추면 이마, 코, 입 라인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이집트까지 갈 필요가 없었어요.
오리바위 — 이쪽에서 보면 오리인데, 밑에서 보면 강아지래요. 보는 각도에 따라 동물이 바뀌는 바위입니다.
사모바위 — 전통 혼례의 사모관대 모양이라는 설과, 연인을 기다리다 돌이 됐다는 사모(思慕)의 전설이 함께 전해져요. (멀리 있어서 사진을 확대하지 못한 점 죄송해요…)
족두리바위 — 신부의 족두리를 닮은 바위예요. 사모관대와 짝을 이루는 셈이죠. (이것도 사진 확대를 못 했어요. 죄송합니다…)
노적봉 · 나폴레옹바위 — 노적봉은 삼각산의 봉우리들에 이어지는 네 번째 봉우리, 나폴레옹바위는 꼬깔모자 모양으로 튀어나온 바위래요. (역시나 사진 확대는 실패… 다음엔 줌 되는 카메라로 가겠습니다.)
왜 삼각산일까 — 만경봉, 인수봉, 백운대 세 봉우리가 모여 있어 북한산을 예부터 삼각산이라 불렀다고 해요. 인수봉은 암벽등반 명소로도 유명하고요.
백운대 정상, 그리고 명품 소나무

그렇게 해발 836m, 백운대 정상에 닿았어요. 정상에서는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힘들어서 반, 풍경 때문에 반이에요. 구름이 굉장히 멋있는 날이었어요. 잠시 말없이 감상만 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명품 소나무 뷰포인트도 들렀어요. 어쩜 그렇게 멋있는지요.

🚯 오늘의 쓰레기 점검

저희 채널의 시그니처, 쓰레기 점검 시간이에요. 이번 산행의 수거 목록은 초반에 주운 스타벅스 컵커피, 그리고 하산길에 확인한 담배꽁초들이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쓰레기가 따라다닌 산행이었습니다.

물론 흘린 것도 있겠지요. 그래도 산에서 담배꽁초를 보는 건 매번 아쉬워요. 국립공원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1차에만 과태료 60만원이고, 무엇보다 산불 위험이 있으니까요. 저희는 다음 산행에서도 보이는 만큼 줍고 오겠습니다.

 

📊 저질체력 실측표

잘 타는 분들 기준 말고, 저희 같은 분들을 위한 실측 데이터예요. 매 편 같은 형식으로 기록합니다.

표준 소요시간 : 왕복 3~4시간
저질체력 실측 : 휴식 포함 왕복 약 5시간
깔딱 구간 : ①탐방지원센터 → 하루재 거의 전 구간 ②하루재 → 백운산장 사이 가파른 계단 2곳. 그리고 계단은 어디든 전부 힘듭니다
죽을 뻔한 지점 : 초반 오르막 — 고도 100m 올리는 데 30분 걸린 그곳
숨 돌리는 구간 : 하루재 → 인수암(산악구조대) 인근 내리막. 여기서 체력 보충하세요
힘들지만 좋았던 구간 : 위문(백운봉암문) → 백운대 바위 구간. 힘든데 스릴이 있어서 오히려 깔딱보다 견딜 만해요. 난간 잡고 한 걸음씩!
한 줄 평 : 다리는 하루재까지가 만들고, 추억은 위문부터가 만듭니다
📍 코스 정보 정리
코스 : 백운탐방지원센터 → 하루재(440m) → 백운산장 → 위문(백운봉암문) → 백운대(836m) 왕복
산행일 : 2026년 6월 (초여름)
거리·시간 : 편도 약 2.1km(이정표 기준). 표준은 편도 1시간 30분~2시간(왕복 3~4시간), 저질체력 부부 실측은 휴식 포함 왕복 5시간 정도였어요
주차 : 백운탐방지원센터 주차장(무료). 주말엔 이른 새벽부터 만차가 잦아요. 만차 시 몇백 미터 아래 선운각 유료주차장(시간당 3천원, 4시간 이상 1만원) 또는 우이역 인근 공영주차장+택시. 도선사 무료 셔틀은 사찰 방문객용이라 등산객은 이용하면 안 돼요
대중교통 :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 2번 출구에서 백운탐방지원센터까지 도보 40~50분, 또는 택시. 호출하면 탐방지원센터 주차장까지 올라와요. 주차장에 택시 대기 장소도 따로 있어서 하산 후 잡기도 수월해요 (아래 사진 참고)
화장실 : 들머리(백운탐방지원센터 옆), 하루재 넘어 산악구조대 사무실 근처, 백운산장 — 이렇게 세 곳에 있어요. 위문부터 정상 구간에는 없으니 백운산장에서 미리 들르세요
준비물 : 물 1인 1L 이상(코스 내 식수 보급 불가 — 백운산장 매점도 운영 종료), 장갑 필수(난간·바위 구간), 간식, 보조배터리, 등산화
주의 : 위문(백운봉암문) 이후는 바위 구간으로 네 발을 모두 써야 해요. 접지력 좋은 등산화 필수(바위 홈이 없는 구간 있음, 미끄러운 신발 금지). 바람이 강한 날은 특히 조심하세요. 국립공원은 전 구역 금연(흡연 적발 시 1차 과태료 60만원)이고, 탐방로·대피소 음주도 과태료 10만원 대상이에요
난이도 : 저질체력 부부 기준 "죽을 것 같지만 살아서 내려옴"

영상으로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어요. 16시간 무수면 등산러님과의 만남, 네발 등반의 현장감은 영상이 더 생생합니다. 풀영상 https://youtu.be/bHh6WA5zJkE

북한산 백운대에서 스핑크스 바위 본 사람!! (1).mp4
9.47MB

 

 

🥾 둘이 느릿느릿 걷기 시리즈
EP.05 불암산 — 무수면 등산러님이 몸풀기로 지나간 그 산, 저희의 한나절 기록 → [EP.05 링크]
EP.04 북한산 백운대 1차 방문 — 그때보다 확실히 덜 힘들었어요. 연습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 [EP.04 링크]
EP.01부터 몰아보기 → [시리즈 목록 링크]
❓ 자주 묻는 질문
Q. 스핑크스바위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백운대 정상부 일대에서 볼 수 있어요. 보는 각도가 중요해서, 능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바위 윤곽이 얼굴로 보이는 지점을 찾으시면 됩니다.

Q. 등산 초보도 백운대에 갈 수 있나요?
저질체력인 저희도 다녀왔으니 가능은 해요. 막바지 바위 구간이 무섭게 보이지만 쇠난간과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어서 잡고 오르면 됩니다. 대신 장갑이 꼭 필요하고, 쉬엄쉬엄 시간을 넉넉히 잡으세요. 바람이 강한 날은 피하시는 게 좋아요.

Q. 백운산장에서 물이나 간식을 살 수 있나요?
아니요, 백운산장 매점은 운영이 종료됐어요. 코스 내 식수 보급이 불가능하니 물(1인 1L 이상)과 간식을 미리 챙기셔야 해요.

Q. 주차는 어디에 하나요?
백운탐방지원센터 주차장을 이용했어요. 차로 해발 300m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어서 초반 체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 도선사 무료 셔틀도 있긴 한데, 사찰 방문객을 위한 거라 등산객은 이용하면 안 돼요.
오늘도 느릿느릿 다녀왔습니다. 다음 산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