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방학동 시루봉 등산 코스 — 선덕고에서 깃발 봉우리까지, 초보 부부의 둘레길 연습기
투표하고 산으로 — 정의공주묘 지나 시루봉·깃발 봉우리를 돌고, 능선 따라 세심천으로 한 바퀴
한눈에 보기
서울 도봉구 방학동 시루봉 등산 코스는 북한산 둘레길 방학동길·왕실묘역길 구간을 따라 걷는 초보자용 코스예요. 선덕고등학교 → 정의공주묘 → 시루봉 → 배드민턴장 갈림길(우이동 방향) → 깃발 봉우리 → 능선 → 세심천 → 선덕고 순으로 도는 약 2~3시간 코스로, 큰 경사 구간은 짧고 둘레길 위주라 등산 경험이 적은 사람도 걸을 수 있어요. 들머리는 선덕고등학교 앞이고, 정의공주묘·시루봉로 등 동네 지명의 유래를 함께 볼 수 있는 게 특징이에요.
6월 3일, 지방선거 날이었어요. 부부가 나란히 동네 투표소에 가서 한 표씩 찍고 나오니 오전이 훌쩍 갔더라고요. "이왕 일찍 움직인 김에 산이나 갈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의견이 모였고, 11시쯤 가볍게 집을 나섰어요. 투표하고 등산이라니, 어쩐지 아주 모범 시민이 된 기분이었어요. ㅋㅋ
저희 부부는 아직 '등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단계라, 이 시리즈는 정상 정복기가 아니라 연습기예요. 큰 산에 도전하기 전에, 동네 가까운 코스부터 다리를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그런데 이번 코스는 솔직히 말하면 지난번(EP.02) 연습 코스보다 경사가 제법 있었어요. 둘레길이라고 얕봤다가 중간에 숨 좀 찼어요. "연습"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 단계 올라간 난이도였어요.
게다가 이날은 습도가 어찌나 높던지,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났어요. 경사는 경사대로, 끈적한 공기는 공기대로 — 둘이 합쳐지니 솔직히 개고생이었어요. ㅋㅋ 수건이 금세 흠뻑 젖어서, 중간중간 "우리가 왜 하필 오늘…" 소리가 절로 나왔네요.

이 블로그는요
등산 고수의 정복기가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도 갈 수 있을까?"가 궁금한 분들을 위한 평범 이하 체력 부부의 느릿느릿 도전기예요. 큰 산에 도전하기 전, 동네 둘레길부터 천천히 다리를 만들어 가는 연습 편이에요.
오늘의 한 바퀴
선덕고 출발 → 정의공주묘 → 멧돼지 철책 → 숲길 오르막 → 시루봉(GPS 확인) → 배드민턴장 갈림길(우이동 방향) → 깃발 봉우리 → 능선 → 세심천 → 선덕고 복귀
산길 위주에 짧은 오르막이 섞인, 정상 욕심 없는 '연습'다운 코스예요
1. 선덕고에서 정의공주묘까지
오늘도 출발은 선덕고등학교 앞. 이제 이 동네는 우리 부부의 단골 들머리가 됐어요. 조금 걸으니 바로 정의공주묘가 나와요. 조선 세종의 딸, 정의공주가 잠들어 있는 곳이에요. 사실 지난 EP.02 때도 이 앞을 지났는데, 그땐 사진을 못 챙겨서 내내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작정하고 제대로 담았어요. 잔디 위로 한낮의 빛이 깔리고, 문인석 몇이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이 평일 낮이라 그런지 더 한적했어요. 산에 오르기 전에 이런 데를 먼저 지나니, "걷는다"는 게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동네 역사 위를 천천히 밟아가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묘를 지나면 북한산 둘레길 안내도와 이정표가 나와요. 여기가 왕실묘역길 구간과 방학동길 구간이 갈라지는 지점이에요. 우이동 방향, 도봉동 방향, 우이령 입구까지 화살표가 사방으로 뻗어 있어서 잠깐 "우리 어디로 가지?" 하고 멈춰 서서 한참을 봤어요.
참고로 앞서 본 정의공주묘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쌀국수집이에요. ㅋㅋ 들머리 바로 옆에 떡하니 있어서, 올라가기 전에 둘이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출발 전에 한 그릇 하고 갈까…?" 산도 오르기 전에 배부터 채우자는 게 어쩐지 우리 부부답다 싶었어요. 결국 이날은 그냥 지나쳤지만, 다음엔 진짜 '밥 먹고 출발' 코스로 한번 가보려고요.

2. "여기서부터는 방학동길입니다"
나무로 만든 아치 게이트에 "여기서부터는 방학동길입니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런 입구 표지가 있으면 괜히 마음이 든든해져요. "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싶은 거죠. 게이트를 지나자마자 계단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지만요.

여기서부터는 본격 숲길이에요. 아내가 앞장서서 "이쪽이야" 하고 손을 내밀어 주는데, 사실 둘 다 길을 모르긴 마찬가지였어요. 그래도 누군가 앞서서 손을 내밀면, 뒤따르는 사람은 조금 덜 무섭잖아요. 산에서는 그 별것 아닌 손짓이 꽤 큰 위로가 돼요.
게이트에서 조금 올라가니, 길 한쪽으로 엄청나게 높은 철책이 쭉 이어지더라고요. 상단이 안쪽으로 꺾여 있고 철망도 촘촘해서, 둘 다 "어? 여기 군사시설인가?" 하고 잠깐 긴장했어요. ㅋㅋ 알고 보니 멧돼지가 아래 민가로 못 내려가게 막는 울타리였어요. 위치가 민가랑 가까운 초입이라, 이 경계에 철책을 둘러둔 거죠. 도심 바로 옆 산이라 멧돼지가 내려오는 일이 있다는 거고요. 그 높이를 보니 "여기 진짜 산이긴 하구나" 싶어 묘하게 실감이 났어요.

철책을 보니 갑자기 진지하게 궁금해졌어요. "야, 우리 진짜로 멧돼지 만나면 어떡하냐?" 둘이 한참 떠들다 내린 결론은 이거였어요. 멧돼지는 직진은 무지 빠른데 방향 트는 건 영 젬병이라, 회전반경이 넓대요. 그러니까 만나면 가까운 나무 뒤로 쏙, 쫓아오면 또 옆 나무 뒤로 쏙. 이렇게 요리조리 나무 뒤로 숨으면서 술래잡기하듯 피하면 된다는 거죠. ㅋㅋ
근데 우리 같은 저질체력이 멧돼지랑 나무 술래잡기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솔직히 영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결론은 하나로 났어요. "그냥 제발 마주치지 말자." 다행히 이날은 깃발만 만나고 멧돼지는 못 만났네요. 휴.
낮 시간인데도 숲은 확실히 달라요. 공기가 서늘하고, 새소리가 크고, 무엇보다 평일 낮이라 사람이 거의 없어요. 흙길이 부드럽게 이어지다가, 슬슬 경사가 붙기 시작했어요. 우리 부부의 심박수도 같이 붙기 시작했고요.

3. 지도 위의 시루봉을 지나며
길에 바위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중 커다란 바위 하나가 묵직하게 솟아 있길래 한 컷 담았는데, 특별히 이름이 붙은 바위는 아니고 그냥 길에서 만난 풍경이에요. 그래도 바위가 늘어난다는 건 슬슬 봉우리에 가까워진다는 신호라, 발걸음에 괜히 긴장이 붙었어요.

여기서 폰을 꺼내 GPS를 확인했어요. 화면에 "서울특별시 도봉구 방학동"이 또렷이 찍혀 있고, 지도 위에 '시루봉'이 표시돼 있더라고요. 떡 찌는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다고 붙은 이름이라는데, 사실 우리는 시루봉을 따로 올라서 정복하진 않았어요. GPS로 "아 여기쯤이 시루봉이구나" 위치만 확인하고 그대로 지나갔어요. 정의공주묘에서 여기까지 우리가 걸어온 파란 선이 화면에 그려진 걸 보니 그것만으로도 괜히 뿌듯했고요. (이 GPS가 나중에 무슨 일을 벌이는지는… 맨 아래 '오늘의 기록'에서요.)

사실 시루봉은 쌍문동·방학동 주민들에겐 꽤 익숙한 이름일 거예요. 동네에 '시루봉로'라는 도로명이 있거든요. 매일 주소로, 버스 정류장 이름으로 스쳐 지나가는 그 '시루봉'이, 알고 보면 바로 이 바위 봉우리에서 온 이름인 거죠. 늘 글자로만 보던 지명을 두 발로 직접 올라와 보니, 동네가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아, 우리가 사는 곳 이름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은, 그런 작은 발견이요.
4. 산속 배드민턴장, 그리고 이름 모를 깃발 봉우리
조금 더 오르니 넓은 흙 공터가 나왔어요. 큰 소나무 한 그루가 그늘을 드리우고 벤치도 하나 놓여 있어서, 아내가 먼저 앉아 물을 마시며 한숨 돌렸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바닥에 희미하게 라인이 그어져 있더라고요. 배드민턴장이었어요. 지금은 거의 지워졌지만, 산속 이 외진 공터에 코트가 조성돼 있다는 게 어찌나 놀랍던지. 누군가는 이 높이까지 라켓을 들고 올라와 셔틀콕을 쳤다는 거잖아요. 우리는 여기 한 번 올라온 것만으로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말이죠. ㅋㅋ 그 부지런함에 괜히 숙연해졌어요.
소나무 그늘 아래선 어르신 몇 분이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고 계셨어요. 사진으로 남기진 않았지만, 그 장면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요. 산이 누군가에겐 정복할 대상이고, 누군가에겐 그냥 동네 사랑방인 거죠. 우리 부부가 헉헉대며 올라온 이 자리가 어떤 분들에겐 일상의 쉼터라는 게, 묘하게 마음이 놓이는 풍경이었어요.

이 공터가 갈림길이기도 했어요. 오른쪽으로 가면 방학동, 왼쪽으로 가면 우이동 방향. 우리는 왼쪽 우이동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다시 걸었어요.
조금 더 가니, 나무 사이로 깃대가 하나 보였어요. 위에서부터 차례로 태극기, 그 아래 해병대 전우회 깃발, 맨 아래 "산불조심·자연보호" 현수막이 걸려 있었어요. 누가 이렇게 정성껏 매달아 두셨을까 싶더라고요. 위치상 '산불감시초소'라고 불리는 자리인 것 같던데, 정작 초소는 없어요. ㅋㅋ 깃대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어요. 이 봉우리는 끝내 이름을 못 찾았어요. 지도에도 또렷한 이름이 없고, 표지석도 없고. 그래서 우리끼리 "깃발 봉우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이름 없는 봉우리에 우리가 이름을 붙여준 셈이죠.

정상 욕심 없이, 그냥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충분한 하루였어요.
5. 능선을 타고, 세심천으로 도착
깃발 봉우리를 지나면서부터는 능선길이 이어졌어요. 좌우로 숲이 트여서 바람이 시원하게 지나가고, 초여름 연둣빛 이파리가 햇빛을 통과시키는 게 정말 예뻤어요. 그런데 그 예쁜 길 한가운데에서, 좀 마음이 불편한 걸 봤어요.

사진엔 한 장밖에 못 담았지만, 버려진 쓰레기가 생각보다 꽤 있었어요. 포장지, 휴지 같은 것들이 풀숲 사이사이에 박혀 있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길을 누군가는 이렇게 두고 갔다는 게 좀 속상했어요. 그래서 우리끼리 정했어요 — 다음 연습부터는 작은 봉투 하나 챙겨서, 걷는 김에 쓰레기도 같이 줍자고요. 거창한 환경운동은 아니어도, 우리가 걸은 길에 우리 흔적만큼은 안 남기고 싶어서요.
능선을 따라 쭉 내려오니, 마지막에 닿은 곳이 세심천이었어요. 재밌는 게, 지난 EP.02 때는 바로 이 세심천에서 '출발'했었거든요. 그땐 여기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올라갔는데, 이번엔 반대로 한 바퀴 다 돌고 여기로 '도착'한 셈이에요. 같은 산을 거꾸로 걸어 나온 거죠. 세심천을 지나 다시 선덕고 쪽으로 내려오면서, 오늘 한 바퀴가 마무리됐어요. 큰 봉우리를 정복한 건 아니지만, 동네 산을 제대로 한 바퀴 돌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뿌듯한 하루였어요.
6. 오늘의 기록 (그리고 GPS의 배신)
자, 아까 예고한 'GPS가 벌인 일'이에요. 분명 출발할 때 기록을 켰는데, 시루봉 부근에서 트랙이 뚝 끊겨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능선 타고 내려온 하산길은 GPS에 한 줄도 안 남았어요. 화면에는 올라간 절반만 파랗게 그려져 있고요. 저질체력 부부답게, GPS마저 중간에 체력이 다한 모양이에요. ㅋㅋ 그래서 아래 코스는 우리 기억으로 복원했어요. (끊긴 GPS 화면은 위 '시루봉' 부분에 있어요.)
| 항목 | 기록 |
|---|---|
| 코스 | 선덕고 → 정의공주묘 → 시루봉(GPS 확인) → 배드민턴장 공터(갈림길, 우이동 방향) → 깃발 봉우리 → 능선 → 세심천 → 선덕고 |
| 날짜 | 6월 3일 (지방선거일 · 오전 투표 후 출발) |
| 위치 | 서울 도봉구 방학동 · 북한산 둘레길(방학동길·왕실묘역길 구간) |
| 난이도 | EP.02보다 한 단계 위 · 둘레길인데 경사 있는 구간 포함 · 이날은 습도까지 높아 체감 난이도 ↑↑ |
| 덤 | 정의공주묘 · 시루봉(GPS로 확인) · 산속 배드민턴장(고스톱 치는 어르신들!) · 들머리 옆 쌀국수집 |
| 실패한 것 | GPS 기록 (하산길 증발) · 깃발 봉우리 이름 찾기 |
방학동 시루봉 등산, 자주 묻는 질문
Q. 방학동 시루봉 등산 코스 들머리는 어디인가요?
정의공주묘를 둘러보고 북한산 둘레길 방학동길로 진입하는 경로가 가장 무난해요. 정의공주묘에서 왕실묘역길·방학동길 이정표를 따라가면 돼요.
Q. 초보자도 오를 수 있나요?
네. 대부분 완만한 둘레길이고 가파른 구간이 짧아, 등산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도 천천히 걸으면 충분해요. 다만 중간에 짧은 오르막이 있어 EP.02 코스보다는 체감 경사가 있는 편이에요.
Q. 시루봉 정상까지 꼭 올라야 하나요?
아니요. 둘레길에서 시루봉은 살짝 비껴 지나가게 돼서, 정상에 오르지 않고 둘레길만 걸어도 코스가 완성돼요. '시루봉로'라는 도로명으로 익숙한 그 시루봉이 어디인지 지도로 확인하며 지나가는 정도로도 충분해요.
Q. 화장실·쉼터는 있나요?
중간 능선부에 소나무 그늘과 벤치가 있는 넓은 공터(옛 배드민턴장 자리)가 있어 쉬어가기 좋아요. 다만 코스 중간 산상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으니 들머리 인근에서 미리 들르는 편이 좋아요.
다음 연습은 어디로
이름 모를 봉우리에 우리끼리 이름을 붙였던 날.
다음엔 손에 봉투 하나 들고, 걷는 김에 길도 같이 줍고,
조금 더 높은 봉우리에 천천히 가볼게요.
오늘도 새로운 길 위에서 · 둘이 느릿느릿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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